전립선암 (비뇨기과 서울의대 교수)
오로지 남성만을 공격하는 암, 전립선암은 소리소문없이 다가와 건강을 위협한다.
초기 증상이 없는 데다 자가진단법도 없는 만큼 전립선암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주기적인 검사와 식이조절만이 답이다. 남성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전립선암,
그 속내를 파헤쳐보자.
[서울톡톡] "전립선암은 미국에서는 남성의 가장 흔한 악성종양이자 암에 의한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립선암이 발생 빈도가 낮고 다른 암보다 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구화한 식생활과 고령화 사회로 변함에 따라 그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전립선은 호두와 비슷한 크기의 장기로, 방광에서 나오는 요도를 둘러싸듯이 존재한다. 남성의 생식 기능과 관련된 전립선은 소변과 정액이 지나가는 통로이며, 전체 정액의 15~30%(약 0.5mL)는 전립선에서 분비된다. 전립선암은 이러한 전립선에 생긴 악성종양을 말한다. 40세 이하 남성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50세 이후부터는 나이가 들면서 발생이 증가해 7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80% 이상이 65세 이후에 진단된다.
2002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9.6명에서 전립선암이 발생했으나 2008년에는 23.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한국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전립선암은 211%나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8년 보건복지부 통계로는 남성에게 전립선암은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암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나이, 식습관, 가족력을 의심하라
전립선암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이, 인종, 가족력이 위험요소로 알려졌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70대에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은 40대보다 130배 높다고 한다. 인종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 흑인 남성이 세계 어느 인종보다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 발생 위험도는 일반인의 두 배로 증가하는데, 유전되는 전립선암은 전체 전립선암의 10%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식이습관, 특히 동물성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의 잦은 섭취도 전립선암 발생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남성호르몬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필수, 전립선암 검사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증식하는 속도가 느린 만큼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하지만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각종 배뇨증상과 전이에 의한 증상이 발생한다. 전립선 조직이 암세포에 의해 증식하면 요도를 압박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며, 소변을 본 후에도 소변이 남아 있는 듯한 잔뇨감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소변이 급하거나 심지어는 소변을 못 참아서 지리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며, 낮이나 밤이나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기도 한다. 간혹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눈에 보일 정도의 혈뇨를 동반하기도 하는데, 전립선암이 더욱 진행되면 요관 폐쇄에 의한 수신증 및 신부전 증상, 골 전이에 의한 뼈의 통증, 척추 전이로 인한 요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악성 종양이 상당히 자란 상태이므로 치료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는 증상의 유무와 상관없이 50세 이상의 남성은 해마다 직장수지검사 또는 전립선종양표지자(PSA, 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직장수지검사는 직장을 통해 손가락으로 전립선의 후면을 만져보는 검사로, 직장수지검사에서 딱딱한 결절이 느껴지면 전립선암을 의심할 수 있다. 물론 직장수지검사에서 만져지는 결절이 모두 전립선암은 아니며 여러 양성 전립선 질환에서도 결절이 만져질 수 있다. 한편 PSA를 검사하면 PSA 수치가 높을수록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는데, PSA는 전립선암 외에도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염 등 다른 양성 전립선 질환에서도 그 수치가 상승할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직장수지검사와 PSA에서 전립선 종양이 의심되면 전립선암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전립선 초음파검사를 하고, 이어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한다. 전립선암 환자의 20~25%는 PSA 수치가 정상일 수 있다. 하지만 PSA 수치가 낮더라도 직장수지검사에서 딱딱한 결절이 만져지거나 전립선 초음파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남성의 건강을 지켜주는 전립선암의 치료와 예방
전립선암의 치료는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되어 있는 국소 전립선암인지, 주변 조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국소진행성 전립선암인지, 또는 다른 장기로 이미 전이된 진행성 전립선암인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전립선암에 대한 국소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있고, 전신 치료 방법으로는 호르몬 치료와 항암 치료가 있다. 국소 전립선암과 국소진행성 전립선암은 국소 치료법인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된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전신 치료를 한다.
국소 전립선암은 주로 근치적 수술, 방사선 치료, 대기 관찰요법 등으로 치료하며, 근치적 전립선절제술 후 10년간 전립선암의 재발 없이 생존할 수 있는 10년 생존율은 70~85%다. 더불어 국소진행성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있으나 근치적 수술,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등이 단독 또는 병용 시행된다.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가 진행된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전립선 조직에 작용하는 것을 막는 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면 환자의 약 80~90%가 증상의 호전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르몬 치료의 효과가 없어지며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게 되었을 때에는 증상 완화 치료와 함께 항암 화학요법 등을 고려한다.
전립선암의 발병과 진행에는 환경과 영양 및 식생활이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붉은색 육류나 유제품 등의 고지방식은 전립선암세포의 성장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러한 식품의 과다 섭취를 피하고 저지방식 및 신선한 과일, 채소, 콩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 또한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전립선암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도움말/이승배(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비뇨기과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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