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 上善若水 (노자도덕경 8장)
上善若水(상선약수)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이부쟁)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기를 좋아한다 故幾於道(고기어도)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居善地(거선지) 살 때는 낮은 땅에 처하기를 잘 하고 心善淵(심선연) 마음 쓸 때는 그윽한 마음 가짐을 잘하고 與善仁(여선인) 벗을 사귈 때는 어질기를 잘 하고 言善信(언선신) 말 할 때는 믿음직하기를 잘하고 正善治(정선치) 다스릴 때는 질서있게 하기를 잘하고 事善能(사선능) 일 할 때는 능력있기를 잘하고 動善時(동선시) 움직일 때는 바른 때를 타기를 잘한다. 夫唯不爭, 故無无(부유부쟁, 고무무) 대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어라
노자가 도를 말할때, 가장 우리 가슴에 쉽게 와 닿는 이미지가 바로 이 "물(水)이라는 것이다.
물은 타오르는 불처럼 아래서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물은 항상 자신을 겸손하게 낮춘다. 항상 위에서 아래로 자신을 낮추지만 사실 아니 올라가는 곳이 없다. 산꼭대기 봉우리에도, 저 드높은 청천 하늘 꼭대기에도, 물은 아니 가는 곳이 없다. 모세혈관을 통해, 氣化작용을 통해, 물은 훨훨 타오르는 불구덩에까지 없는 곳이 없는 것이다. 자신을 항상 낮추면서도 무소부재(無所不在)한 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의 이미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不爭이다. 물은 자신을 낮추며 흐른다. 그러다가 암석을 만나도 암석과 다투지 않고, 암석의 자리를 차지할려 하지도 않는다. 젊잖게 스윽 비켜 지나갈 뿐이다. 그렇지만 결국 물 앞에 당할 것은 없다. 한 방울의 낙숫물이 억만년의 바위를 뚫어 버 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물의 이미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水善利萬物) 즉, 다투지 않으면서도 가는 곳마다 모든 것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물이 없으면 만물은 고 사(枯死)해버리고 만다. 나무 책상조차도 죽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적당한 수분이 없으면 이 꼴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살아 있는 나무 한 그루야!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없으면 땅도 갈라지고, 모든 농작물이 타 죽는다. 그러나 물이 흐르게 되면 어느 곳이나 사망의 골짜기라 할지라도 다시 생명이 소생한다. 물이 있으면 곧 모든 생명이 춤춘다. 생명이 끊임없이 활발히 순환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氣는 생명의 충만태요, 물을 만나기만 하면 그 가능태는 현실태로 변하게 마련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모습은 평형작용이다. 그것은 지나가면서, 높은 것을 깎아내고, 낮은 것을 돋아준다.(損有餘而補不足). 물은 평형의 상징이다. 곧 수평(水平)이다. 물은 어느 곳, 어느 상 태에서든지 수평을 지향한다. 수평의 지향히 곧 물이 활동성의 과정이다. 이러한 물의 이미지 가 노자에게 사회적 평등관의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철학자 율곡선생이 말했듯이 물은 동그란 컵에 담으면 동그란 것이요, 세모난 컵에 담으면 세모난 것이다. 그거은 "無自性"이다. 물이라는 물적 현상 그 자체는 상황적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맥락을 띠고 우리에게 나 타날 수 있는 것이다.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이란 결코 노자가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는 그러한 "善利萬物而不爭'하는 의젖한 모습이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폭력이요, 사망이요, 무차별 파괴다. 그것은 바로 不仁한 天地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목마 른 대상들에게 물 한방울은 생명이요, 소생이요,죽음이 퇴치다. 이와 같이 동일한 물체가 상대 적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물의 노동은 단순히 생산을 위한 노동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창출을 위한 모든 다양하고 도 미묘한 자연의 움직임을 포섭하는 것이다. 물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라. 무엇으로 더러 운 것을 씻을 것이며, 무엇으로 만물에게 영양을 공급할 것이며, 무엇으로 문명의 에너지를 일 으킬 것인가? 물처럼 능력이 높은 것은 없다. 따라서 물과 같은 사람은 일할 때는 물처럼 능력 있게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모두 하나의 물 덩어리다. 물이라는 것이야 말로 만물의 어미다. 모든 종교의 제식은 청수(淸水) 한 그릇으로 족하니라.
도올 김용옥이 말하는 "노자와 21세기" 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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