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개나무 열매는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좋다. 단 껍질은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중앙포토]헛개나무는 1993년 이전엔 무명(無名)의 나무였다. 뽕나무 잎처럼 잎이 큰 것 외엔 특색이 없었던 헛개나무를 일약 약용식물계의 ‘스타’로 만든 조련사는 당시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으로 근무하던 나천수 박사(전남대 산림자원학과 겸임교수)다. 그가 우연히 인산의학 창시자인 김일훈 선생의 『신약』이란 책을 본 것이 헛개나무의 ‘명운’을 바꿔놓았다. “『신약』에 벌나무가 간에 좋다는 대목이 있었다. 책에 언급된 벌나무의 식물학적 특성을 근거로 범위를 좁혀 나가다 헛개나무일 것으로 추정했다. 요즘 산청목이 벌나무라고 광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산청목은 간 보호 효과가 없었다.” 그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KAIST 교수에게 헛개나무가 간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검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3주쯤 뒤 “효과가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 보호하는데 도움 ”헛개나무를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기 위해선 임상시험(약)이나 인체적용시험(건강기능식품)이란 관문을 필히 거쳐야 한다. 나 박사는 엄청난 비용·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은 뒤로 미뤘다. 상대적으로 절차가 쉬운 건강기능식품에 우선 도전했다.
인체적용시험은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실시됐다. 과도한 음주로 알코올성 간 질환 진단을 받은 53명을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 섭취 그룹(27명)과 가짜약(플라시보) 섭취 그룹(26명)으로 나눴다. 3개월 뒤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을 먹은 그룹의 감마 GPT 수치가 평균 106에서 94.6으로 떨어졌다. 가짜약 그룹의 평균 감마 GPT 수치는 104에서 오히려 111.6으로 올랐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감마 GPT는 간에서 나오는 효소의 하나로 간세포의 손상 정도를 나타낸다”며 “주로 만성 간질환·지방간·간염·알코올성 간질환·폐쇄성 황달이 있을 때 증가하나 간질환이 없어도 음주나 특정약 복용만으로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마 GPT의 정상범위는 10~50(IU/L).
이를 근거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8년 12월 헛개나무 열매꼭지 추출물을 간 기능 개선을 돕는 건강기능 성분으로 공식 인정했다.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정부가 확인해 준 것이다.
껍질엔 독성 … 달여먹는 일 없어야헛개나무의 유효성분은 분자량이 큰 다당체다. 버섯·콩나물 등에 풍부한 다당체인 베타글루칸은 아니다.
나 박사는 “현재는 우리가 신청한 헛개나무 성분만 유일하게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으며 생산량의 90% 이상이 유산균 발효유인『쿠퍼스』에 들어간다”며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적정 용량을 섭취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식약청이 인정한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의 1회 적정 섭취량은 2460㎎.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기능성을 얻으려면 이 양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용량을 섭취해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헛개나무의 열매 대신 잎·껍질·목부 등을 섭취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중국 고서인 『식료본초』엔 “헛개나무로 집을 수리하다 잘못해 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더니 술이 모두 물이 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술을 물로 바꾸기 위해 헛개나무 껍질·목질부를 먹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나 박사가 직접 술에 헛개나무 목질부를 1개월간 담가봤지만 알코올 농도의 변화는 없었다.
경희대 약대 정세영 교수는 “헛개나무가 좋다고 하니 껍질을 달여 먹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며 “껍질엔 독성이 있으므로 함부로 먹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방에선 “술독 풀고 구역질 멈추는 효과”헛개나무의 별칭은 지구목이다. 열매를 지구자라 한다. 한방에선 갈증 해소와 가슴이 답답하고 열나는 번열을 없애는 데 유익한 식물로 친다.
식약청은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을 숙취 해소를 돕는 성분으론 아직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방에선 오래전부터 대·소변을 잘 보게 하고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약재로 꼽는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지구자(헛개나무 열매)는 술독을 풀고 구역질을 멈추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는 “장기간 음주한 사람의 간엔 습열(濕熱)이 쌓이며 이는 알코올성 간질환의 원인이 된다”며 “지구자는 술로 인해 발생하는 간의 습열을 없애는 약재”라고 소개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식약청이 간기능 개선을 돕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한 3가지 성분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청
1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2008년 10월 인정)
· 헛개나무 열매에 뜨거운 물을 가해 유효성분을 추출·농축한 뒤 덱스트린을 첨가한 제품
· 3개월 섭취 뒤 간 손상의 지표인 감마-GPT 수치가 106에서 94.6으로 감소 (감마-GPT 수치는 낮을수록 간 건강이 좋다는 의미)
·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데 유익·유효성분은 다당체·하루 적정 섭취량은 2460㎎
2 표고버섯 균사체 추출물(2009년 1월 인정)
· 시험관 내 시험(in vitro)에서 표고버섯 균사체 추출물 분말 주입 뒤 간세포의 생존율이 높아짐
· 유효성분은 베타글루칸(버섯·콩나물 등에 풍부한 다당체)
· 간 건강에 왜 유익한지는 밝혀지지 않음·하루 적정 섭취량은 1.8g
3 밀크시슬 추출물(2009년 12월 인정)
· 밀크시슬(Milk Thistle)은 엉겅퀴라고도 불리는 국화과 식물
· 2000년 전부터 유럽에서 간질환에 사용돼온 약용식물·유효성분은 실리마린
헛개나무 제품 구입·섭취할 때 주의할 점
· 식약청이 기능성을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인지 확인한다
· 인체 시험 등을 통해 간기능 개선효과가 입증된 제품인지 확인한다
· 헛개나무 껍질·목질부는 독성이 있거나 간 건강 개선 효과가 없으므로 섭취하지 않는다
· 항암 효과·질병 치료 효과·숙취 해소 효과를 내세우는 제품에 현혹되지 않는다(과대·허위 표시·광고임)